교환학생2018. 2. 24. 12:38

 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쿠바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다. 다만 그것은 분량이 조금 되는 관계로 일단 현재 쿠바를 여행하고 있을 분들을 위해 쿠바 아바나(havana) 도심에서 공항까지 "시내버스" 로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. 참고로 난 올라!, 그라시아스를 제외하곤 스페인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.


  쿠바 아바나 도심 까삐똘리오(capitolio)에서 하바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 (Jose Marti aeropuerto) 까지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. 첫째가 노란색 국영기업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 (20~25쿡)이고 둘째가 콜렉티보 택시라고 하는 올드카 택시 (20~25쿡, 다만 쉐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1/N, 더 흥정도 가능) 이용하기. 그리고 마지막이 이번에 소개할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. 원래 가격은 0.4 모네다라고 하니 그 이상만 내면 된다. 더 낸다고 거스름돈은 기대하지 말자. 사실 나중에 버스타고 가다 보니 돈 안내고 타는 쿠바인들도 많았다. 1모네다와 20쿡(약 20 USD)은 약 480배(!) 정도의 차이가 있다.


  가이드북에서는 시내버스 이용을 추천하지 않았으나, 난 여행 마지막날 ① 정말로 돈도 없었을 뿐더러, ② 시내버스를 타면 재밌을 것 같았고, ③ 이미 쿠바인에 대한 실망만 가득하여 더 이상 쿠바 땅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았었기에 시내버스를 이용하리라 마음먹었다.  특히 나는 5일 여행 온거라 책가방만한 백팩 하나밖에 없었기에 굳이 택시를 안 타도 괜찮았다.


아바나 도심에서 공항 '근처' 까지 가는 버스는 P12, P16번 두 개가 있는데 오비스포 거리에 있는 쿠바국영 인포센터에 물어보니 P12를 타라고 하기에 P12를 이용하였다. 아마 그게 더 근거리에 있어서 인듯... 인포센터에서는 아바나 지도도 파는데 1.5쿡이란다. 



[정확하지는 않으나 구글 지도로 본 P12번 버스 노선. 택시 이용시 약 30분정도 소요되고 버스는 그 두배가 걸린다.]



[지도의 빨간 점 부분이 P12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다. 표지판에 P12 버스라고 안내되어 있다. 까삐똘리오에서 도보로 1분이면 갈 수 있다. 확실치는 않지만 다른 정류장에 비해 여기서 유독 오래 정차해 있었기에 아마 버스 기점이 아닌가 싶다.]



[사진에 보이는 휴대폰 가게 건너편이 버스정류장]



  내 귀국 비행편은 14:50분 이었으나 버스를 이용할경우 공항 근처 정류장까지 한 시간, 정류장에서 직접 공항 터미널까지 이동하는데 또 30분 정도 걸린다고 가이드북에 써있기에 약 비행기 출발 세시간 전 출발하였다. 11:30분 경 버스정류장 근처에 가니 마침 P12번 버스가 서있길래 바로 탈 수 있었다. 쿠바 여행을 하는 사람이면 이해하겠지만 시내버스가 정확히 몇 시에 출발하는지, 배차간격이 어떻게 되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. 내가 타고나서도 버스는 10분은 더 있다가 출발하였다. 



[출발 직전 버스 내부 풍경, 몇 정거장을 더 거치니 버스는 만원이 되었다. 출퇴근 시간 서울 버스의 혼잡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. 지붕위에 올라가고 이정도는 아니니 너무 걱정 마시길.. ]



[버스에서 찍은 창 밖 풍경. 보시다시피 버스안에는 에어컨도, 스피커도 없다. 창문을 다 열고 가기에 자동차 매연을 듬뿍 마실 수 있다.]



[흔한 창 밖 풍경 2]



[흔한 창 밖 풍경 3]


아바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신형에 깨끗한 버스도 많았으나 내가 탄 P12 버스는 아래의 사진과 같은 버스였다. 버스 안에는 여행객은 나 혼자인 것처럼 보였고 내가 버스에 타니 승객들이 다 날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. 그 이후 수 많은 승객이 타고 내렸으나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동양인은 나 혼자 뿐이었다. 


그렇게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달린 후 목적지 정류장에 도착 할 수 있었다. 사실 안내방송도 없고 있다한들 내가 알아들을 수도 없기에 옆 좌석 아저씨한테 구글 지도의 공항을 손가락짓 하니 내릴 정류장이 되자 알려주었다. 다만 나처럼 스페인어도 못 하면서 버스를 이용할 용감한 분들은 GPS를 켜두고 수시로 위치를 확인하며 공항 근처쯤 오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자.



[타고 온 버스. 뒤에 710이 버스번호는 아니다. 버스 두대가 연결된 굴절버스. 내리라고 알려줬던 아저씨는 내가 내려서도 창문으로 공항 방향을 손짓해주었다. 5일의 여행 중 쿠바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낀게 하필 마지막날이라니...]



[내리는 정류장. 참고로 도로 반대편에 정류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. ]



[빨간점이 버스정류장, 초록색 별이 터미널 2, 파란색 별이 터미널 3]



[파란 루트가 버스정류장 - 터미널 3의 루트로 걸어서 30분 정도, 빨간 루트는 터미널 2까지의 루트로 1.2km 정도에 걸어서 15분정도 걸린다.]



  난 내 출국 비행기 터미널이 어딘지 몰랐기에.. 처음에는 터미널 2에 갔었으나 그곳이 국내선 터미널인줄 알고 터미널 3로 다시 향했다. 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본인 목적지가 터미널 3라면 인도도 없는 도로를 약 30분정도 걸어가야 한다는 점이다.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터미널 3까지 택시를 이용하면 3~5쿡 정도로 갈 수 있으니 고려해 보길 바람. 



[보시다시피 터미널 3까지 가는 길에는 따로 인도가 없다. 나처럼 걸어가는 사람은 나 포함 두명 뿐...]



[오다 마주친 사람도 세명 뿐... 이렇게 걷고 있으면 택시기사들이 그렇게 택시타라고 불러댄다.]



[이 들판을 지나면 터미널 3]



  그렇게 약 30분을 걸어서 터미널 3에 도착했으나... 내가 탈 United 항공의 체크인 카운터는 보이지 않았다. 그래서 인포데스크에 물어보니 United 항공은 터미널 2에 있단다. 그래서 다시 터미널 2로 걸어갔다... 지금은 이렇게 무덤덤하게 글을 쓰지만 시간도 얼마 없는 데 30도를 오르내리는 짱짱한 햇볕 아래서 백팩메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려니 그때 당시는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. 



[터미널 2로 다시 돌아가는 길... 오다가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나서 터미널 2를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손짓해 가면서 알려주셨다. (물론 스페인어로..) 쿠바 여행중 만난 세번째 고마운 쿠바인이었다.]



[이렇게 다시 돌아온 터미널 2, 터미널 2는 취항하는 항공사가 별로 없다. 사실 대부분의 국제선 비행기는 터미널 3로 가야 된다. 터미널 1은 쿠바 국내선 전용이다.]



[터미널 2에 취항하는 항공사들. 사우스웨스트, 유나이티드, 유럽의 몇몇 저가 항공사들이 취항하는듯. 참고로 터미널 2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체크인부터 출국수속까지 30분이면 끝난다. 그리고 예전에 냈다던 공항출국세 25쿡은 이제 없어져서 더 이상 안내도 된다.]



총평 : 본인 짐이 많지 않다면 한번쯤 시내버스도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. 돈도 돈이지만 (이렇게 절약한 돈이면 면세점에서 7년산 아바나 클럽을 한병 사고도 남는다.) 재밌는 경험이었다. 가방메고 서있으니 짐 들어준다던 아저씨, 정류장 알려줬던 아저씨,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손잡아주던 할아버지 등등.. 호객꾼, 사기꾼이 아닌 좋은 쿠바인도 있다는 걸 하필 출국하는 날 알게 된 어쩌면 안타까운 경험이기도 하다.

Posted by sweetestgoodbye